2024. 5. 16. 09:47ㆍ인물이야기/삼국지 인물 이야기
삼국지에는 정말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다중 인격자의 모습을 보인다.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모두 내어 놓고 자신의 병사뿐만 아니라 처자식들까지 모두 챙겼다.
하지만 성격이 불같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땐 격분하며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 인물이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평소에는 잘해주다가 일이 그러치면 난리치는 개또라이 같은 상사를 볼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윗사람의 지휘와 통제를 껄끄러워하는 상사도 있다.
이러한 모습을 모두 가진 인물이 오늘 소개할 오나라의 주환이다.
그의 삶으로 따라 가보자.
주환, 백성을 구하고 난을 평정하다
주환은 오군 오현 출신으로 손권이 장군의 자리에 올라 막부를 세웠을 때 처음으로 관직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봐서 손권이 직접 발탁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주환은 여요현(양주 회계군)의 현장으로 임명되어 부임 했을때 여요현에 전염병이 발생한데다 흉년까지 겹쳐 곡식의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주환은 곧바로 뛰어난 관리들을 시켜서 병이 든 사람에게는 의약품을 나눠주고 굶주리는 백성에게는 먹을 수 있는 죽을 나눠주며 백성들을 다스렸고 백성들은 이런 주환의 모습에 감격하여 주환을 우러러 받들었다.
또한 주환은 탕구교위로 승진한 뒤 병사 2천명을 지휘해 마을을 떠나 도망치고 흩어진 무리들을 규합하여 1년 사이에 1만여명이나 되는 병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는다.
이후 단양과 파양의 산적이 봉기하여 성곽을 공격해 함락시킨 뒤 관리들을 죽이고 약탈을 일삼는 일이 일어난다.
주환은 여러 장수들을 지휘하여 산적들을 모두 격파하고 난을 평정하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주환은 지속적으로 공을 세워 비장군의 자리에 올랐으며 죽은 주태를 대신하여 유수독에 임명된다.
주환, 위나라 명장 조인과 맞서다
황무원년(222년) 위나라 황제인 조비가 대규모의 병력을 일으켜 오나라를 공격했다.
주환이 주둔하고 있는 유수로는 위나라의 대사마인 조인이 보병과 기병 수만명을 이끌고 진격해왔다.
조인은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답게 치밀하게 작전을 폈다.
우선 유수성을 공격하기 전에 동쪽에 있는 선계를 공격할 거라는 거짓 소문을 흘린다.
주환은 이계략에 속아 병사를 나눠 선계로 보낸다.
그러나 병사들이 출발한 뒤 별안간 조인의 군대가 유수에서 70리 떨어진 곳에 도달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주환은 선계로 보낸 병사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 했으나 조인의 군대가 먼저 당도해 대치하게 되었다.
수만명의 조인의 군대와 대치한 5천명 남짓한 주환의 병사들과 여러 장수들이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자 주환은 기죽지 않았다.
그리고 부하 장수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일장 연설을 한다.
- 두 군대의 싸움에서의 승부는 병사의 수가 아니라 장수의 역략에 달려있다. 우리의 장수들이 즉, 여러분들이 조인의 장수들 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 병법에서 공격자는 갑절이 수비자는 절반만 있어도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평지에서 싸울때 하는 소리다. 하지만 우리는 성을 차지하고 있고 큰 강과 산을 등에 지고 있으니 우리가 더 유리하다.
- 지금 조인의 병사들은 먼길을 달려와 지쳐있고 병사들의 사기도 떨어져 있다. 우리는 쉬면서 힘을 비축했기에 지쳐있는 적들과 싸우는 것이기에 백전백승의 형세다.
이렇게 주환은 장수들과 휘하 병사들의 사기를 올린다.
주환, 조인을 격파하다
병사들의 사기를 올린 주환은 전열를 가다듬고 조인의 군대를 격파할 계략에 들어간다.
일부러 깃발과 북을 눕혀서 겉으로 보기에 자신의 군대가 허약해 보이는 척을 해 조인의 공격을 유도한다.
황무 2년(223년) 3월, 조인도 명장의 면모를 과시하듯 치밀한 작전을 펼친다.
우선 조인은 그의 아들인 조태에게 주환이 있는 유수성을 공격하도록 명한다.
동시에 군대를 나누어 장군 상조에게 5천명의 병사를 이끌고 제갈건과 왕쌍 등을 지휘해 유선을 타고 오나라 병사들의 처자식이 머무르고 있는 중주를 엄습하도록 한다.
그리고 조인은 직접 1만의 군대를 인솔해 탁고에 주둔한 뒤 후방에 있으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다.
여기서 조인이 상조에게 중주를 공격하게 한 것이 포인트다.
우선 처자식이 있는 곳이 공격받는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환의 군대는 조인의 예상을 벗어나는 엄청난 전투력을 과시했다,
주환을 신뢰하는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높을대로 높아 있었고, 주환의 지략 또한 조인에 뒤지지 않았다.
주환은 유수성을 공격해오는 조태의 공격을 막아낸 다음 역공을 가하여 조태의 진영을 불태워버리는 성과를 거둔다.
또한 별도로 장군 엄규를 보내 오나라 병사들의 처자식이 있는 중주를 공격하던 상조를 공격했다.
상조는 엄규의 군대에게 격파당해 전사했고, 왕쌍은 산채로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렇게 모든 전투에서 패배한 조인의 군대는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위나라 최강이라 평가받던 조인은 말년에 주환을 만나 처참한 패배를 겪게 되었고 실제로 조인은 패배한 해인 223년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인이 죽은 뒤 남은 병사들은 조인의 아들인 조태가 아닌 장제가 대신해 관리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마도 위나라 조정에서는 폐전의 책임이 있는 조태에게 군을 맡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전투가 끝난 뒤, 손권은 조인의 공격을 막아낸 주환을 칭찬하며 그를 분무장군으로 승진시켰고, 팽성국의 상의 관직도 겸하게 했다.
주환의 책략은 실행되지 못하고
황무 7년(228년), 오나라의 파양태수 주방이 위나라 대사마 조휴를 유인하는 계책을 썼다.
조휴는 유인책에 넘어가 보병과 기병 10만명을 이끌고 환성으로 진격했다.
오나라의 육손은 전종과 주환을 좌우독으로 삼아 유인책에 넘어온 조휴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조휴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오나라의 군대의 숫자가 많고 정예부대였기에 퇴각하기보다는 일전을 치를 마음을 먹는다.
이때 주환은 손권에게 자신의 계책을 바친다.
- 조휴는 지혜와 용기가 있는 명장이 아니다.
- 그래서 지금 싸운다면 적들은 수세에 몰려 달아날 것이다.
- 적들이 달아나면 협석과 쾌차를 지날 것인데 미리 퇴로를 차단하면 조휴를 사로잡고 오나라 군대를 몰살 시킬 수 있다.
- 이러한 기세로 수춘을 점령하고 이후 허도와 낙양도 도모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협석과 쾌차를 막아서겠다고 했지만 육손이 반대해 주환의 계책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후 조휴의 군대는 육선의 부재에 패배하여 협석까지 도망쳤는데 다행히 가규가 지원군을 이끌고 와서 조휴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만약 손권이 주환의 계책을 따랐더라면 조휴를 사로잡고 그의 군대도 완전히 섬멸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어쨌든 주환은 조휴를 격파하는 공을 세워 전장군에 임명되고 청주목을 겸하였으며 부절까지 하사받았다.
불같은 성격의 주환
전정이 지휘관의 자리에 있었는데 손권은 편장군 호종에게 조명(임금이 내리는 명령)을 주어 군대와 관련된 사무에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전정은 앞서 군대가 출진했지만 전공이 없었기 때문에 호종과 의논하여 여러 장수들의 부대를 나누어 위나라의 영토를 기습하기로 했다.
주환은 자신을 소외시키고 일이 정해진 사실을 알게 되자 곧바로 전정을 찾아가서 따졌 물었다.
하지만 전정에게 따져 묻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화를 내게 되었고 결국 전정과 큰 논쟁을 벌이게 된다.
이때 전정은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호종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주환은 호종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온 뒤 사람을 보내 호종을 불렀다.
호종은 아무것도 모른 채 주환의 군문에 당도한다.
그런데 주환이 호종을 영접하러 나가면서 측근들에게 '내가 손을 놓으면 너희들은 각자 떠나거라'고 말했다.
이 말은 자신이 호종을 죽일 것이니 너희들도 연좌되어 죄를 받기 전에 멀리 떠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주환의 측근들 입장에서 황제가 파견한 관리를 죽이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를 바 없었고, 도망친다고해서 일이 해결될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측근들 중 한 명이 몰래 호종에게 이를 알려주어 그를 피신시킨다.
주환은 자신의 측근들이 호종을 피신시킨것을 눈치채고는 곧바로 측근을 칼로 베어 죽였고,간원을 하는 좌군까지 칼로 찔러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광심(미쳐서 망령된 생각)이 발병했다는 것을 핑계 삼아 병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건업으로 가서 요양을 한다.
이때 손권은 주환이 저지른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았으나 그의 공적과 재능을 아꼈기 때문에 벌을 내리지 않았다.
진짜 미친 모습을 보이는 주환
손권은 주환의 아들 주이에게 병권을 준 뒤 의원에 명하여 주환을 보살피고 간호하도록 했다.
그리고 서너 달 뒤에 주환의 병이 나아졌는지 그를 다시 중주로 보내려 했다.
그리고 손권이 직접 주환을 위해 잔치를 연 뒤 작별을 하며 '그대와 함께 천하를 평정하려 하니 병이 다시 발병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주환은 '신에게 중임을 맡기시니 신의 질병은 마땅히 저절로 나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정사삼국지> 본전의 내용만을 봤을 땐 주환이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이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하지만 <오록>의 기록은 정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잔치 자리에서 주환이 술잔을 받아들며 손권에게 수염을 한 번 만지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손권이 그의 요청을 듣고 등받이 방석에 기댄 몸을 앞으로 내밀어주자, 주환은 손권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진실로 호랑이의 수염을 만졌다는 말로 손권 답했다,.
이에 손권은 크게 웃어 넘겼다고 한다.
삼국지 인물 중 황제의 수염을 만진 인물은 주환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이 당시 수염은 단순히 멋스러움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위엄을 상징하는 것인데 주환은 스스럼없이 만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짓을 할 생각을 했겠는가?
다중인격, 성격파탄자 VS 온정 많은 장군
주환은 자신의 과실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아래에 있는 것을 수치스러워했다.
그리고 매번 적과 전투를 벌일 때마다 지휘가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번번이 화를 내고 격분했다고 한다.
함께 전장에서 싸우는 부하들 입장에서는 개또라이 최악의 지휘관이었다.
반면 주환은 재물을 가볍게 여기고 의리를 귀하게 여겼다.
그리고 기억력이 뛰어나 한 번 얼굴을 본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았고,자신 휘하에 있는 병사 만명과 그들의 처자식까지 모두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병사들의 부모, 형제와 처자식까지 부양했으며, 자신의 봉록과 재산을 모두 함께 나눴다.
그래서 주환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의 진영의 모든 사람들이 근심하고 슬퍼했고, 238년 주환이 62살의 나이에 눈을 감았을 때는 그의 병사와 가족들까지 모두가 슬피 울며 그를 애도했다.
또한, 주환의 집에는 남은 재산이 없었기에 손권이 소금 5천곡을 주어 장례를 도왔다고 한다.
주환의 아들 주이가 후사를 이었는데, 그는 훗날 삼국지 후반기에 맹활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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