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9. 11:52ㆍ인물이야기/삼국지 인물 이야기
삼국지 인물 중 비루하고 비참하게 살다 간 인물은 많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장수나 하급 관리로 있으면서 윗사람 눈치보고 자신의 영달만 생각하다 생을 마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군주가 두려움에 떨면서 백성들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고 자신이 다스리던 지역을 통째로 갖다바친 경우는 드물다.
그의 부하 장수들은 모두들 나서서 대항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정작 군주인 한복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기주를 원소에게 갖다 바친다.
정말 비루하고 삶을 살다가 두려움에 떨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참한 삶을 살아간 군주 이야기다.

한복, 운 좋게 기주목이 되다
삼국지 시대에 예주 영천군은 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순욱, 순유, 곽가 종요, 곽도, 서서 등이 이 지역 출신으로 한복 또한 이곳 출신이다.
한복은 정사 삼국지 본전의 기록에는 상서의 자리에 있었다고 되어 있고, <영웅기>에서는 어사중승의 자리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걸 보면 능력 자체는 꽤 뛰어났던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영재와 하진이 죽은 틈을 타 정권을 잡은 동탁은 자신의 통치를 보좌할 사람으로 주비와 오경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들을 신임하여 인재를 등용하는 일을 이들에게 맡겼다.
하지만 주비, 오경은 겉으로만 동탁을 위하는 척을 했으며 몰래 동탁을 견제했다.
원소가 동탁을 피해 도망치자 동탁은 원소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주비와 오경은 동탁을 설득해 원소에게 벼슬을 주어서 달래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소가 발해태수가 되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그들은 한복을 기주목, 유대가 연주자사, 장자가 남양태수, 공주가 예주자사, 장막이 진류태수가 될 수 있도록 추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모두 반동탁 연합군이 되어 동탁에게 칼을 겨누게 되었다.
애초에 주비와 오경은 동탁을 좋아하지 않는 인물들을 주요 지역에 배치하여 훗날을 도모하려 했던 것이다.
한복, 겁쟁이에 기회주의자
기주는 백성들이 번성하고 병량도 넉넉한 주였기 때문에 한복은 어찌 보면 군웅할거 시대에 가장 좋은 지역에서 벼슬을 시작한 인물이다.
<영웅기>에 따르면, 원소가 동탁에 맞서 거병을 하려 했는데, 한복은 원소가 거병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그 이유는 괜히 원소가 거병을 했다가 자신이 동탁에게 피해를 입을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기주 발해군 태수였던 원소는 기주목인 한복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한복의 지원 없이는 거병을 할 수 없기 때문에답답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러 주의 주군들과 한복이 동탁에 반기를 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동군태수 교모가 수도에 있는 삼공의 공문을 거짓으로 만들어 들키게 되었고 그는 의병을 일으키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군을 일으켜 동탁을 제거하자는 내용의 서신을 여러 주군에게 보냈고, 이 서신에 응답하여 주군들이 거병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한복은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서신을 받은 한복은 휘하 종사들을 모두 불러 어찌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치중종사 유자혜가 원소의 편에 서서 거병을 해야하지만 주모자가 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즉, 다른 주의 상황을 살피다가 먼저 거병을 하는 주가 있으면 그때 움직여도 공을 세우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복은 이 조언을 받아들여 원소에게 서신을 보내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원소가 거병하기를 기다렸다.
또한 반 동탁 연합군이 결성되어 원소는 출병하여 하내에 주둔하고 나머지 군대는 산조에 주둔하였으나 한복은 업에 그대로 남아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한복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한복, 원소에게 기주를 바치다
한복은 원소의 세력이 점점 강성해지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제공하던 군량을 줄였고, 원소는 한복에게 원한을 품었다.
그리고 한 주를 차지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천하를 도모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원소에게 측근인 봉기가 계책을 내 놓는다.
그것은 공손찬을 끌어들여 한복을 겁먹게 만든 다음, 한복을 협박해 기주를 차지하자는 것이었다.
원소는 곧바로 공손찬을 설득해 한복을 공격하게 한다.
공손찬은 군대를 이끌고 진격해 안평에 있는 한복의 군대를 격파한 뒤 동탁을 토벌한 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기주로 진입했다.
또한 원소도 군대를 연진으로 돌려 마치 업을 공격하려는 것처럼 움직이자 한복은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때 원소가 고간과 순심을 한복에게 보낸다.
고관과 순심은 원소에게 기주를 넘겨주면 원소가 공손찬을 막아 줄 것이고, 한복에게 엄청난 우대를 해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회유를 한다.
상황이 너무 두려웠던 한복은 이성을 잃어 이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게 된다.
한복이 원소에게 기주를 바치려 하자 경무, 민순이 한복을 찾아와 반대하는 의견을 낸다.
그 이유는 기주는 잘 훈련된 군사가 백만에 10년을 버틸 곡식이 있고, 원소는 의지할 곳이 없고 거기에다 군량도 없어 군량 지급만 막으면 열흘 안에 원소군이 무너질거라 것이다.
하지만 한복은 이미 겁을 집어 먹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몰살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어떤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복은 경무와 민순에게 스스로 원소보다 재능이 떨어진다는 고백과 함께 기주를 원소에게 넘길 생각을 말해버린다.
<구주춘추>에 따르면 도독종사 조부와 정환은 강노병 만명을 인솔해 맹진에 주둔하고 있다가 한복이 원소에게 기주를 주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빠르게 업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조부와 정환은 원소에게 기주를 주려는 것을 반대한다,.
그들 또한 원소의 군대는 양식조차 없고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있으며, 비록 장량과 어부라가 원소를 따르긴 하지만 원소에게 완벽히 복종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충분히 격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출병해 원소의 군대를 열흘 안에 반드시 해산시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복은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고 아들인 한재를 통해 기주를 원소에게 바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과거 십상시였던 조충의 옛 집에서 살아간다.
한복, 비참한 최후를 맞다
<영웅기>에 따라면 원소는 과거 한복에게 예우를 받지 못해 원한을 품고 있던 주한을 도관종사에 임명했다.
주한은 원소의 뜻이 한복을 처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한은 원소의 뜻에 부합하기 위해 병사들을 데리고 한복의 집을 포위하고 직접 한복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한복은 주한을 보고는 깜짝 놀라 망루 위로 도망갔고, 한복을 잡을 수 없게 된 주한은 한복의 큰 아들을 사로잡아 망치로 양 다리를 부러뜨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원소는 곧바로 주한을 사로잡아 죽였으나, 이는 사실상 원소가 의도한 사태나 다름 없었다.
결국 한복은 두려운 마음을 품어 원소에게 떠나기를 청한 뒤 장막을 찾아가 그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런데 이후 원소가 보낸 사신이 장막을 찾아와 서로 의논을 하였는데, 사신은 장막에 귓속말을 한다.
이때 한복은 상석에 앉아 있다가 그 광경을 보게 되었고, 그들이 자신을 음해하여 죽이려 한다고 생각해 오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화장실에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 했다.
왜 한복은 원소에 대항하지 못했을까?
기주는 삼국지 시대에서 가장 풍요로운 지역 중 한 곳이었다.
그리고 한복의 휘하에는 경무, 민승 같은 죽기 직전까지 한복을 지키려 했던 충신들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훗날 위나라의 명장으로 활약하는 장합, 원소가 하북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저수, 계교 전투에서 공손찬의 정예부대를 격파한 국의는 본래 한복의 부하들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온 것은 한복이 같은 군 출신인 순욱을 초빙을 했다.
그리고 순욱은 일족을 데리고 기주로 왔는데 순욱이 기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복이 원소에게 기주를 바친 이후였다.
기주를 원소에게 바친 한복은 왜 순욱을 불러들였을까?
아뭏든 한복이 보통 이상만 되는 군주였다면 기주라는 풍요로운 지역을 기반으로 삼아 순욱, 저수, 장합 등을 휘하에 두고 군웅할거 시대에 큰 명성을 떨칠 수도 있었을것인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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