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예루살렘의 멸망과 고결한 정복자 살라딘

2024. 3. 11. 13:22역사/유럽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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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한 살라딘.

그는 예루살렘을 되찾고 이슬람의 통합을 원했다.

그동안 치루었던 전투는 파괴와 학살의 전쟁이 아니었다.

정복한 지역에서는 군사들의 학살을 금지하고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상대의 마음을 사는 진정한 승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자신의 승리가 아닌 이슬람의 승리를 기원했다.

가는 곳 마다 백성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이제 예루살렘과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있다.

살라딘의 행적 속으로 가고자 한다.

주요인물 : 살라딘, 뤼지냥의 기, 샤티몽의 르노, 레몽 3세, 이블린의 발리앙, 알 아딜(살라딘의 동생)

이번 이야기 이전의 상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역사/유럽역사 이야기] - 예루살렘과 살라딘의 마지막 전쟁

 

예루살렘과 살라딘의 마지막 전쟁

살라딘은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이집트는 물론 시리아 전역까지 살라딘의 세력권에 넣었다. 이슬람 민중들은 성지인 예루살렘을 수복하는 것이 그들의 소원이었다. 사람들의 민심을 얻은 살라

royed2000.tistory.com

 

살라딘과 르노의 숙명의 전투는 다가오고

 

살라딘의 운명과 예루살렘의 운명을 건 전투가 다가오고 있었다.

살라딘은 숙명의 전투를 이길 비책을 고민하고 결단을 내린다.

바로 레몽의 영지인 티베리아스로 가는 것이었다.

티베리아스의 평지로 적을 유인해 섬멸할 생각이었다.

마치 고려의 장군 강감찬이 귀주 평원으로 거란군을 유인해 섬멸 시키겠다는 작전과 흡사하다.

 

이 소식을 들은 예루살렘의 르노와 십자군들은 티베리아스로 달려가려고 한다.

하지만 레몽이 그들을 멈춰세운다.

자신의 영지이고 사진의 아내가 티베리아스에 있지만 이것은 살라딘의 유인책이니 가면 안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뤼지냥의 기 왕과 르노는 레몽 백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르노는 전쟁광이었다. 학살과 노략질을 즐기는 악마 같은 존재였다.

예루살렘의 뤼지냥의 기 왕도 르노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레몽은 그들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예루살렘 왕국의 기사들을 총 동원해 살라딘과의 마지막 전투를 위해 출정한다.

 

마지막 전투인 히틴전투의 승패를 가른 건 물이었다.

 

히틴전투, 예루살렘 기사들의 무덤이 되다.

 

1187년 7월 3일.

뤼지냥의 기왕과 샤티몽의 르노, 레몽 3세는 수천 명의 기사와 1만 5천의 보병을 이끌고 살라딘이 점령한 티베리아스로 향한다.

영지 티베리아스의 지형을 잘 아는 레몽 3세는 이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은 바로 물이다.

어떤 전쟁이던 무기 보다 중요한 것은 식량과 물인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하지만 예루살렘은 분노에 차있고 오만함이 앞을 가려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했다.

 

뙤악볕에 무거운 갑옷을 입고 사막을 행군하는 군사들은 우물이 있는 곳을 경유할 수 밖에 없다.

그 말은 우물이 있는 곳에 매복해서 상대를 기습하면 전투를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삼국지에서도 물때문에 전투의 승패가 갈린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읍참마속'이라는 얘기가 생기게 된 마속의 전술이었다.

물이 없는 산 꼭대기에 진영을 차려서 물을 차단하니 전투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레몽은 오랜 행군으로 군사들이 지쳤으니 우물에서 휴식을 취하려 하지만 르노는 반나절만 더 가면 갈릴레아 호수가 있다며 물만 마시고 행군을 하기로 한다.

이렇게 예루살렘 군사들은 강행군을 하게 되는데, 투란 우물을 출발 하자마자 매복해 있던 살라딘 군대가 투란 우물을 점령하고 예루살렘 군사들의 퇴로를 끊었다.

그리고 매복해 있던 다른 살라딘의 군사들이 예루살렘 군사들을 향해 사방에서 화살 공격을 퍼부었다.

기사들과 보병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빗줄기 처럼 퍼붓는 화살에 2만의 군사들은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밤이 되면 초원에 불을 질러 르노의 군사들을 괴롭혔다.

지쳐있는데다 갈증 때문에 몸에 기운도 없었다.

낮에는 화살공격으로, 밤에는 화공으로 맨붕에 빠진 기사들은 이리저리 흩어져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히틴은 예루살렘 군사들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레몽은 마지막으로 몇몇 기사들을 이끌고 포위망을 뚫기 위해 앞장선다.

포위망을 간신히 뚫은 레몽은 계속해서 전장을 빠져나가고 살라딘은 그를 그냥 놓아둔다.

그리고 남은 보병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기사들과 뤼지냥의 기 왕과 샤티몽의 르노는 생포되어 살라딘 앞으로 끌려온다.

 

살라딘의 관용과 샤티몽의 르노의 참살

 

살라딘은 이교도인 그들을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했다.

뤼지냥의 기에게는 물을 주어 갈증을 달래게 했다.

그러나 샤티몽의 르노에게는 물을 주지 않았다.

이슬람에서는 적에게 물을 준다는 의미는 살려준다는 의미이다.

 

살라딘은 르노를 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르노는 자신이 불리해지면 비굴하게 굴면서 맹세를 하고 수차례 약속을 어겼다.

그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사람들을 학살하고 노략질을 일삼았다.

살라딘은 그것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살라딘은 자신의 칼을 뽑아 르노의 어깨를 내리쳤다.

병사들이 그를 끌고 나가서 그의 목을 베었다.

힘이 곧 정의라고 외치던 르노는 이렇게 세상을 떠난다.

르노의 강함 보다 살라딘의 관대함이 더 강해보이는 순간이다.

 

예루살렘을 되찾은 살라딘

 

히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살라딘은 예루살렘 주변국들을 하나씩 점령했다.

왕이 포로가 된 상황의 예루살렘 또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예루살렘 성앞에 당도한 살라딘.

그의 앞에 이블린의 발리앙이라는 기사가 나타났다.

 

자신의 부인을 데리고 나오도록 허락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대신 성에 들어가면 살라딘 군대에 대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살라딘은 쿨하게 보내준다.

 

이블린의 발리앙은 예루살렘에서 명성이 아주 높은 기사였다.

성 안의 사람들은 발리앙에게 대항할 것을 요구했다.

발리앙은 살라딘과의 약속을 어기고 대항한다.

 

발리앙이 약속을 어긴것을 알게 된 이슬람 전사들은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저질렀던 만행을 되갚아줘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이슬람이 예루살렘에 처음 발을 디딘것은 637년.

칼리파 우마르는 기독교계 주민들에게 관대했다.

기독교인들에게 쫒겨났던 유대인들을 이곳에서 살게 했다.

400년 뒤 1차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유대인들을 유대교회에 몰아넣고 불을 질러 태워죽였으며, 무슬림들을 이슬람 성전에 가두고 쳐 죽었다고 한다.

그들의 피가 무릎까지 차 올랐다고 한다.

 

1187년 9월 20일 부터 살라딘은 성을 공격하고 9월 26일에 성의 일부를 장악하게 된다.

발리앙과 살라딘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한다.

그런데, 이 협상에서 발리앙은 양아치 같은 협박을 한다.

성 안의 어린이든 노약자든 모두 죽이고 성을 불태우겠다는 협박이었다.

살라딘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없었다.

 

성 안의 주민들은 살라딘의 포로로 인정 해주고 성 안의 권력자들과 기사들이 안전하게 에루살렘을 떠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협상은 타결 되었다.

예루살렘의 기사들과 권력자들은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예루살렘을 정복했고, 그것도 모자라 그 곳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었다.

그리고 이젠 그들을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이용해 예루살렘을 떠나고 있었다.

예루살렘의 총 대주교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수레에 실어 도망 간다.

살라딘은 그의 행동은 괘씸하지만 약속대로 그냥 보내준다.

 

살라딘, 예루살렘을 해방하다

그렇게 전쟁이 마무리 되지만 예루살렘의 가난한 사람들은 또 다른 고통과 공포가 찾아온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노예로 팔려갈까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살라딘의 동생인 알 아딜은 자신에게 전쟁의 공을 세운 포상으로 노에 1천명을 하사 받아 그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역시 그 형의 그 동생이다.

그렇게 살라딘도 노에를 해방시켰다.

 

살라딘 앞에 또 다른 도움이 손길을 뻗은 이들이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죽어간 예루살렘 기사들의 유족들이었다.

그들은 여자의 몸으로 남편을 잃고, 고향도 잃고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해 살라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살라딘은 자신의 재산 일부를 그들에게 나누어 줬다.

 

전쟁은 모두에게 지옥이다.

특히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겐 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전쟁에서는 항상 영웅만 이야기 하지만 승리한 쪽이든 패배한 쪽이든 지옥을 경험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권력자들이 전쟁을 결정하면 힘없는 백성들이 목숨을 잃는 것이 전쟁이다.

 

살라딘은 이렇게 예루살렘 사람들을 해방시켰고 예루살렘을 해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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