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영원한 조조의 호위무사 허저
8척 장신에 단단하고 꽉다문 입술을 가진 사람이 당신 앞에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법을 지키며 자신의 주군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리더십을 발휘해 맨주먹으로 황건적의 침략을 물리쳤다.
전장에서는 앞장 서 써우면서 1만 명의 수급을 베는 무술실력까지 갖추었다.
이처럼 허저는 조조의 호위를 담당했음에도 여러 전투에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조조의 목숨을 세 번씩이나 구했다.
아니 허저의 두려운 명성 때문에 조조를 감히 죽이려는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허저는 덩치는 크고 말은 없고 우직하고 용맹한 호위무사다.
조조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빈틈없이 해낸 남자다.
죽는날까지 권세를 얻었다고 오만하지 않았다.
허저의 삶으로 들어가보자.
허저, 돌멩이로 황건적을 물리치다
허저는 예주 초국(패국) 초연 출신으로 신장이 8척 남짓에 허리 크기가 10위였으며 씩씩하고 굳센 용모에 힘과 용맹함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한다.
후한 말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 천하가 혼란스러워지자 허저는 소년들과 일족 수천 명을 모아 성벽을 쌓아 황건적의 공격을 막았다.
중평 5년(188년).
예주 여남군 갈피현의 황건적 1만 여명이 허저가 있는 성벽을 공격해오자 허저는 적은 수의 사람들을 이끌고 끝까지 싸운다.
게다가 병기와 화살도 바닥이 나자 허저는 성안 사람들에게 돌을 다음어 사발처럼 만든 뒤 성의 사방에 놓게 했다.
그리고 허저는 그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는데 허저가 돌은 던져 맞추면 모든것이 무너지고 부서졌기에 황건적들이 감히 공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허저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황건적은 물러나지 않았고 성 안의 식량이 다 떨어지게 되자 허저는 거짓으로 적과 화친을 맺어 가지고 있던 소와 적의 식량을 바꾸기로 한다.
그런데 적이 와서 소를 가져가려 했으나 소가 놀라 도망쳐 돌아오는 일이 생긴다.
허저는 진영 앞으로 나가 한 손으로 소꼬리를 거꾸로 당겨 적군이 있는 쪽으로 백여보를 걸어가니 황건적들은 소를 끌어당기는 허저의 완력에 놀라며 소를 가져가지도 않은 채 달아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허저의 명성이 널리 퍼져 그 지역 일대에서는 허저를 엄청 두려워했다.
허저, 무리를 이끌고 조조 밑으로 가다
삼국지 연의에서는 허저가 전위와의 일기토를 통해 조조에게 합류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허저는 전위가 죽은 뒤에야 스스로 무리를 이끌고 조조를 찾아가 조조와 합류한다.
이에 조조는 허저의 용맹함을 알아보고는 '허저는 나의 번쾌로다'라고 했다
번쾌는 한고조 유방의 최측근이자 용맹함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리고 조조는 허저를 곧바로 도위로 임명하여 자신을 호위하게 하였고 허저를 따르던 협객들도 모두 호사(근위병)로 임명했다.
허저, 조조의 목숨을 구하다
조조는 원소와 관도에서 맞대결을 펼쳤으나 더 강대한 세력을 가졌던 원소에게 점차 밀리게 되었다.
그리고 조조의 수행 관리였던 서타 등이 반란을 모의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허저가 항상 조조의 곁에 서서 그를 호위했기 때문에 서타 등은 허저를 두려워해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허저가 쉬는 날을 노려 조조를 죽이기로 한다.
허저가 쉬러 간 틈을 타 서타 등은 칼을 품은 채 조조가 머물고 있는 장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반란자들이 아연실색 하는 일이 벌어졌다.
쉬러 간 허저가 마음이 바뀌어 다시 돌아 온 상태였기 때문에 반란자들은 허저와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허저는 이들이 조조를 암살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모두 죽여버렸다.
이렇게 조조는 허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어 허저를 더욱 아끼고 신임했고, 항상 허저를 곁에 두었다.
건안 16년(211년).
조조가 종요와 하후연에게 한중의 장로를 공격하라 명하였으나 서량의 군벌인 마초와 한수 등은 조조가 자신들을 공격하려 한다는 오해를 해 군사를 일으켜 조조를 공격한다.
조조의 군대와 마초의 군대는 동관을 두고 대치하게 된다.
조조는 마초의 배후를 치기 위해 황하를 건너갈 계획을 세운 뒤 자신은 허저와 호위병들과 함께 가장 마지막에 강을 건너려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병사들이 강을 건너간 사이 갑자기 마초가 보기 1만 여명을 이끌고 나타나 화살을 비오듯 쏟아 부으며 조조를 공격했다.
허저는 조조를 부축해 배에 태웠는데, 아직 겅을 건너지 못한 병사들이 조조가 타고 있는 배에 매달려 배가 가라앉으려 했다.
그래서 허저는 할 수 없이 배에 매달린 자들을 죽이며 왼손으로는 말 안장을 들어 조조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고, 오른손으로는 배를 저어 가까스로 황하를 건넜다.
만약 허저가 없었더라면 조조는 마초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조조는 마초, 한수와 단독으로 회담을 하기로 했는데, 오직 허저만을 데리고 회담장에 갔다.
마초는 자신의 강력한 힘으로 조조를 사로잡을 계획을 세웠다.
마초는 평소 허저라는 인물의 용맹함을 듣고 있었기에, 허저가 눈을 부릅뜨며 마초를 바라보는 모습에 기가 눌려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아무일 없이 진영으로 돌아간다.
허저, 원칙을 지키고 조조의 사랑을 얻다
허저의 성품은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였고 법을 준수하였으며 질박하고 신중하여 말수가 적었다.
한 번은 조인이 형주에서 조조를 만나러 왔다.
그런데 조조가 아직 나오지 않자 조인는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허저를 만났다.
조인은 허저를 불러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허저는 '왕께서 곧 나오십니다'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전각으로 들어가버렸다.
조인은 속으로 자신을 거절한 허저를 원망했다.
이후 허저의 이야기를 알게 된 조조는 그를 더 아끼고 우대해 주었고 퍼져의 이야기를 알게 된 조조는 그를 더 아끼고 우대해 주었고 중견장군으로 승진시켰다.
건안 25년(220년).
조조가 세상을 떠나자 허저는 소리 내어 울부짖으며 피를 토했다고 한다.
조조의 뒤를 이은 조비 또한 허저를 아껴 그를 만세정후로 봉하고 무위장군으로 승진시켰으며 근위병들을 지휘하게 하였고 매우 친근히 대했다.
그리고 조비의 아들인 조예도 허저를 모향후로 봉하고 식읍 700호를 주었으며 그의 아들에게 관내후의 작위를 내렸고 허저가 죽자 장후라는 시호를 내렸다.